2. 기도는 하는데, 길이 안 보여
2. 기도는 하는데, 길이 안 보여
매일 아침 기도하고, 밤에도 기도한다. 기도 제목 노트에 빼곡히 적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도의 자리로 나아간다. 그런데도 내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안개처럼 뿌옇다. 대학생이 된 후, 전공을 바꿔야 할지, 졸업 후 취업과 진학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이 교회를 계속 다녀야 할지, 어떤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매일 기도하는데도 선명한 답이 없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하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신앙생활 5년째인데도 아직 하나님의 음성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끔은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초조해진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예레미야 33:3)
이런 말씀이 있는데, 왜 하나님은 내게는 응답하지 않으시는 걸까? 내 기도가 부족한 걸까?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가끔은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를, 다니엘은 천사의 방문을, 베드로는 환상을 통해 하나님의 분명한 인도를 받았다. 그들은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경을 더 자세히 보면, 그 인물들도 모두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셉은 노예로, 죄수로 13년을 기다렸고, 다윗은 기름부음을 받은 후 수년을 광야에서 도망자로 지냈다. 심지어 예수님조차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30년을 조용히 준비하셨다.
아브라함은 약속을 받고도 25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림 속에서 그는 하나님의 약속과 그분의 성품을 더 깊이 알아갔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단순히 방향을 알려주시는 것보다, 그분과 동행하는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다.
아마도 하나님은 답을 주시기 전에, 우리가 기다리는 법을 배우길 원하시는 것 같다. 하나님은 '방향'만 아니라 '여정'도 중요하게 여기신다.
오늘도 나는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기도는 계속한다. 왜냐하면 기도는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침묵하실 때에도 여전히 그분 앞에 나아가는 것, 그것이 믿음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하나님은 내 안에 인내를, 기다림을, 그리고 깊은 신뢰를 심고 계신다. 지금 보이지 않는 길도, 언젠가는 그분의 때에 드러날 것이다.
어쩌면 길을 잃은 것 같은 이 시간도, 하나님의 더 깊은 계획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 한 줄 묵상
길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보이지 않는 그 길 위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인도하고 계신다.
- 기도문
하나님,
제 앞에 놓인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매일 기도하는데도 선명한 답을 주지 않으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러나 주님, 오늘도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도 주님은 함께 걸으시고,
제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인도하고 계심을.
길을 보여주시기보다, 주님을 더 깊이 신뢰하는 법을 배우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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