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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흔들리는 마음도 믿음일 수 있을까?

손돌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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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흔들리는 마음도 믿음일 수 있을까?

일요일 예배는 늘 그렇듯 은혜로웠다. 찬양도 감동적이었고, 설교 말씀도 가슴에 와닿았다. "이번 주는 정말 달라질 거야"라고 다짐하며 교회를 나섰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알람을 끄고 기도하려는 순간 휴대폰에 온 메시지를 확인했고, 그대로 SNS 타임라인에 빠져들었다. 기도는 짧게 대충 마무리했다. 점심시간,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며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험담에 동참했다. 퇴근길에는 어제 들었던 설교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런 나를 보며 자괴감이 밀려온다. '이게 정말 믿음인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 스스로가 위선자처럼 느껴진다. 믿음이라는 것은 흔들리지 않고 늘 굳건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교회에서 만나는 선배 신앙인들은 언제나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난 정말 구원받은 걸까?', '진짜 하나님을 믿고 있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오늘도 흔들리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한숨만 나온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히브리서 11:6)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이란 무엇일까? 흔히 우리는 믿음을 확고한 감정이나 흔들리지 않는 확신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성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믿음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의 선진들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가 의심과 실패, 흔들림을 경험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받고도 두 번이나 아내를 누이라 속였다.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저는 말을 잘 못합니다"라며 다섯 번이나 거절했다. 기드온은 확신이 없어 양털로 하나님께 징조를 구했고, 엘리야는 위대한 승리 후에도 두려움에 도망쳤다.

 

신약에서도 마찬가지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고, 도마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의심했으며, 바울조차 "내가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도리어 원치 않는 악을 행하는도다"라고 고백했다. 이런 모습들이 성경에 기록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믿음이란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그 움직임이 바로 믿음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흔들림과 의심이 있다고 해서 믿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흔들림 속에서도 계속해서 하나님을 찾는 것이 진정한 믿음일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 믿음이 작다"고 하셨지, "너희는 믿음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다. 마가복음에서는 한 아버지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소서"라고 고백했는데, 예수님은 그의 모순된 고백을 책망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 솔직한 고백 속에 담긴 작은 믿음을 받아주셨다.

 

또한 마태복음 14장에서 베드로가 물 위를 걷다가 두려움에 빠져들 때, 예수님은 그를 꾸짖으셨지만 동시에 손을 내밀어 구해주셨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라는 말씀은 베드로의 믿음이 작다는 것이지, 없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흔들리는 마음도 믿음일 수 있다. 왜냐하면 흔들릴 때조차 우리는 흔들림을 인식하고, 그 흔들림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굳건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없다. 믿음은 우리의 감정이나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지속적인 방향성이다.

지난 주일 교회에서 만난 선배 신앙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흔들림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아가는 걸음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믿음의 성장은 완벽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여정이다.

 

오늘도 나는 내 믿음의 부족함을 발견한다. 어제의 결심은 오늘의 현실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그러나 그런 나의 모습조차 인정하며 하나님께 나아갈 때, 그것이 바로 믿음의 한 형태임을 깨닫는다. 완벽한 믿음을 갖추려고 애쓰기보다,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진실한 믿음의 시작점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으신다. 그분이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진실한 마음과 그분을 향한 갈망이다. 내 믿음이 작더라도, 흔들리더라도, 그 믿음으로 계속해서 하나님을 찾아간다면, 그것은 분명 가치 있는 믿음이다.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하나님께 나아가는 그 발걸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되는 그 여정이 바로 믿음이다. 더 나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되, 실패할 때마다 자책하기보다는 다시 하나님의 은혜로 돌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흔들리는 믿음도 여전히 믿음이다. 그리고 그 흔들림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더 깊이 알아가게 된다.

 

- 한 줄 묵상
흔들리는 믿음도 여전히 믿음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지, 완벽함이 아니니까.
다시 하나님을 향해 돌아서는 그 움직임이 믿음이다.

 

- 기도문
하나님,
오늘도 저는 제 믿음의 연약함을 마주합니다.
결심했던 것들은 쉽게 무너지고, 마음은 자주 흔들립니다.
그러나 주님, 이런 저의 모습까지도 받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완벽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흔들림 속에서도 주님을 향한 방향을 잃지 않게 하시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주님께로 돌아오는 용기를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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