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동체 안에서 외롭다는 건 이상한 걸까
4. 공동체 안에서 외롭다는 건 이상한 걸까
매주 일요일, 나는 수백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찬 예배당에 앉아 있다. 옆자리에는 누군가 앉아 있고, 앞뒤로도 사람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예배가 끝나면 로비에서는 웃음소리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친교실에서는 여러 테이블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런데 왜 나는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교회에 다닌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가 속한 것 같지 않다. 셀 모임에서는 모두가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데, 나만 표면적인 대화에 머무는 느낌이다. "은혜 받았어요," "기도해주세요"라는 말을 주고받지만, 정작 내 마음 깊은 곳의 고민은 꺼내 보이지 못한다. 어떤 신앙적인 질문이나 의심이 있어도, 그걸 말하면 '믿음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워 입을 다문다. 가끔은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에 더 위축된다. 공동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혼자인 것 같다.
"그들이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사도행전 2:42, 44)
초대교회는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함께 식사하고, 기도하고, 물질을 나누었다. 얼핏 보면 완벽한 공동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경을 더 읽어보면, 그 안에서도 갈등과 외로움, 소외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도행전 6장에서는 헬라파 유대인 과부들이 구제에서 무시당하는 일이 있었다. 바울은 디모데후서에서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라고 말하며 외로움을 토로했다. 심지어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너희도 가려느냐"라고 물으셨고, 십자가 위에서는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셨다.
교회사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어거스틴은 자신의 '고백록'에서 교회 안에서도 느꼈던 영적 고독을 털어놓았고, C.S. 루이스는 아내를 잃은 후 쓴 '고통의 문제'에서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도 경험한 깊은 외로움을 기록했다. 성경과 교회사의 위대한 신앙인들도 공동체 안에서 외로움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내게 위로가 된다.
더 깊이 생각해보면, 외로움은 우리의 영적 여정에 필연적인 부분일지도 모른다. 바울은 외로움 속에서 더 깊이 하나님을 의지했고, 다윗은 광야의 고독 속에서 시편을 썼다. 예수님도 중요한 결정 전에 홀로 산에 올라가 기도하셨다. 공동체 안에서의 외로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하나님과의 더 깊은 관계로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또한 진정한 공동체는 완벽한 소속감이 아니라, 불완전함과 취약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공동체적 삶'에서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공동체에 대한 환상이 깨질 때 진정한 공동체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완벽한 소속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기대일 수 있다.
혹시 내가 경험하는 외로움은 더 깊은 공동체를 향한 갈망의 표현은 아닐까? 피상적인 관계가 아닌, 진정한 자아를 드러낼 수 있는 관계에 대한 목마름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외로움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관계를 향한 신호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SNS에서 끊임없이 소통하면서도 더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시대에,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외로움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외로움 자체가 아니라, 그 외로움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외로움을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관계를 향한 갈망으로 바라보려 한다. 내 취약함과 의문들을 나눌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웃을 때 웃지 못하는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해보기로 한다.
공동체 안에서의 외로움은 역설적으로 하나님과의 더 깊은 관계로 나를 초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람들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을 하나님께서 채우시도록 내어드릴 때, 나는 더 깊은 위로와 평안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나처럼 외로움을 느끼는 다른 이들을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다가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공동체 안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내가 경험한 그 외로움을 통해 다른 이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공동체 안에서 외롭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불완전함과, 더 깊은 관계에 대한 갈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만이 채우실 수 있는 영혼의 빈 공간을 보여주는 신호다. 그 외로움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하나님께 가져갈 때, 우리는 더 진실한 공동체,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한 줄 묵상
공동체 안에서 외롭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 외로움은 더 깊은 관계를 향한 갈망의 표현이며,
때로는 하나님과의 친밀함으로 이끄는 축복일 수 있다.
기도문
하나님,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느끼는 이 외로움을 고백합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이 마음을 아시지요.
주님, 이 외로움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시고,
오히려 이를 통해 주님과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게 하소서.
또한 나와 같은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주시고,
그들에게 진실한 위로와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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